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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유형 분석(인격장애, 연쇄살인범 특징, 심리패턴)

by althainein 2025. 8. 4.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포스터
출처 :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실화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이 작품은 한국 범죄 심리 분석의 시작을 조명하며,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인간 내면과 사회 구조의 어두운 단면을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범죄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그들을 '악'으로만 단정할 수 있을까? 이번 글은 드라마 속 범죄자들의 심리와 현실 속 실제 범죄자들의 특징을 비교해 보며, 극적 연출과 실제 수사의 간극을 살펴보려 합니다.

 

인격장애 기반 범죄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많은 경우 반사회적 인격장애(ASPD) 혹은 심각한 성격 왜곡을 겪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초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에서는 범인이 냉담하고 무감정하며, 살인을 감정 해소의 도구처럼 여기는 모습이 인상 깊게 그려집니다.  이준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입니다.

드라마는 이들의 대사나 표정을 통해 그들이 나름의 논리로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무력함에 쾌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상처를 범행의 이유로 내세우는 장면들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자기중심성, 공감 결여, 책임 회피는 실제로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범죄자에게도 자주 관찰됩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드라마처럼 '지능적이고 치밀한' 인물보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범죄자들이 훨씬 많습니다.  실제 수사관들의 증언에 따르면, 많은 연쇄범은 사회 적응력이 낮고, 생활 기반이 무너져 있으며, 주변과 단절된 상태에서 범죄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드라마는 몰입도를 위해 이들을 상대적으로 '분석 가능한 존재'처럼 그리지만, 현실에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훨씬 흔합니다.

 

연쇄살인범의 특징

이 드라마는 여러 실제사건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성, 청주, 수원, 익산 등 실제 범죄를 각색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드라마 속 연쇄범들은 피해자 유형이 일정하고, 범죄 수법이 점점 잔혹해지며, 범행 간격이 점점 짧아지는 등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줍니다.  이는 실제 연쇄살인의 전형적 흐름과 꽤 비슷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들이 오랜 시간 잡히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교묘해서'가 아니라, 당시 수사 기술의 한계, 사회적 인식 부족, 피해자의 위치(대부분 사회적 약자) 등 복합적 구조의 문제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긴장감을 위해 범인이 마치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우연한 수사망의 허점, 혹은 범죄자의 비논리적 실수로 검거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드라마는 종종 범인의 트라우마나 과거를 보여주며 시청자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합니다.  물론 이는 서사상 필요한 장치지만, 현실에서는 범죄자의 내면을 들여가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프로파일링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기억 왜곡, 자책 회피, 무의미한 반복 언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심리패턴과 행동분석

이 드라마의 핵심 중 하나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한 범인의 윤곽 좁히기입니다.  프로파일러들이 피해자의 행동반경, 범행 시기, 장소 선택 등을 분석하며 범인의 심리와 행동 패선을 추론하는 장면은 수사물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단서 몇 개로 '직관적으로' 범인을 특정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수십, 수백 건의 데이터를 쌓고, 통계와 반복적 패턴을 기반으로 범위만 좁히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프로파일링은 범인의 얼굴을 그리는 도구라기보다, 어디를 수색해야 할지를 정하는 전략 도구에 가깝습니다.  또 한 가지, 드라마에서는 프로파일러가 수사 전체를 이끌거나, 결정적 단서를 지닌 인물로 그려지는 반면, 현실에서는 수사팀 내 조언자 수준의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 증거로도 사용에는 한계가 있고, 자백을 유도하는 드라마틱한 장면 역시 현실에서는 변호사 입회, 침묵권 행사로 인해 거의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단순히 스릴을 위한 범죄물이 아니라, 실화에 기반해 프로파일링이라는 새로운 수사 기법의 태동기를 진지하게 그려내며 인간 내면의 어둠과 사회적 내면에 대한 성찰도 담아낸 작품입니다.  물론 드라마적 연출을 위한 장치들은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우리가 '악'을 너무 쉽게 단정 짓는 건 아닌가, 혹은 수사 시스템의 현계는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범인을 쫓는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이해'의 영역을 조명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